정 영 한b.1971
학 력
1990-1996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화학과 졸업
1996-1998 중앙대학교 대학원 회화학과 졸업
2005-2010 홍익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미술학과 졸업
현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교수(중앙대학교 예술대학장/예술대학원장)
“브릴로”라는 신화
: 이미지와 재현에 관한 문제들에 대하여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나는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국면 속에서 화가만이 그려낼 수 있는 이미지란 무엇인지에 관해 탐구해왔다. 특히 정교한 수법으로 그려진 <우리時代 神話> 시리즈는 캔버스 위에 겹겹이 쌓여 올라간 물감층, 그것을 다시 최대한 균일하게 정돈하는 작업 과정, 마치 진공상태에 있는 것처럼 바다 위에 부유하는 오브제들을 통해 재현된 이미지에 관한 본질적 문제에 접근했다. 이와 함께 나의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신화’라는 개념으로, 나는 작품 속 대상들을 신화라고 이름 붙인 것은 쉽게 소비되는 찰나적 이미지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양이었으며 그 자체로 메시지였다. 이렇듯 개념적인 특성에 주목할 때, 나의 작품은 단편화된 오늘의 우리 즉, 각각 다른 정체성을 가진 개개인들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근작인 <時代의 斷想-Image of myth>에 이르러, 나의 작품은 이미지와 재현에 관한 문제와 함께 개념적 측면을 더욱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이미지와 재현에 관한 문제들에 대한 나의 회화적 탐구는 익숙하고도 낯선 충격들에서 ‘예술의 종말 이후’ 또한 그 이후의 예술의 가능성을 발견하려는 시도로 이어졌다. 이른바 우리시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나의 신화’를 소통의 도구로 삼게 된 것이다. 따라서, 근작들은 화가로서의 나에게 신화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자문자답이다. 나에게 신화란 우리가 반드시 되찾아야 할 잊고 사는 소중한 가치들에 대한 문제 제기,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던 예술사의 유령들에 대한 오마주, 그리고 이러한 묵직한 메시지들을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한 번에 전달될 수 있는 회화 이미지의 힘을 되살려내는 것과 다름없다.
결국, 화가로서 나에게 그림을 그리는 일이란 시대와 이미지에 대한 거대 담론을 탐구한 끝에서야 발견한 커다란 상자 속에서 하나씩 하나씩 참신한 메시지와 이미지를 꺼내 보여주는 것과 같다. 마치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마술 상자처럼, 아니면 특별한 상품을 추첨하는 상자처럼, 또는 설렘 가득한 선물 상자처럼 신화가 된 브릴로 상자 위에 특별한 우리의 서사를 쌓아 올리는 나의 작업은 나의 꿈, 누군가의 즐거움, 그렇게 우리 모두의 삶에 감각적 질문을 던지는 ‘그림’이 될 것이다.
- 정영한(화가/중앙대 교수 ⓒ2023)